ZISE
질감과 시선으로 독자적인 이미지 세계를 그려내는 작가
1. 작가님의 작품 스타일은 독특한 크레용 느낌과 동화 같은 분위기를 풍깁니다. 이러한 스타일을 어떻게 발전시키셨나요? 그리고 영향을 받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질감이 느껴지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초기 작업은 아주 가는 선으로 섬세하게 그렸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임팩트가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브러시를 찾기 시작했고, 오랫동안 브러시를 만들어온 작가님의 브러시 중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지금은 포토샵 기본 브러시가 된 것들이죠.) 제 손에 딱 맞는 브러시를 찾아 제 스타일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거칠면서도 풍부한 질감이 느껴지고, 동시에 너무 지저분해 보이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특히 다음 작업을 준비하면서 동양적인 느낌을 내려고 노력했습니다. 크레용 같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먹으로 그린 그림에 더 가깝습니다.
2. 작품 속 캐릭터들은 눈을 중심으로 강한 정체성을 가진 것 같습니다. 캐릭터 디자인 과정에서 눈에 특별히 신경을 쓰시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그리고 눈을 어떻게 만드시나요?
저는 저 자신을 "마음을 들여다보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곤 합니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면에서는 그저 원의 집합일 수도 있지만, 저는 이 형태들이 모여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느낌을 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림을 그릴 때 종종 눈부터 시작하곤 합니다.
‘모노(Mono)’는 제가 13살쯤 그렸던 그림에서 시작된 캐릭터인데, 당시 제가 좋아했던 것들을 많이 투영했던 것 같아요. 팀 버튼과 요시토모 나라를 정말 좋아했기 때문에 얼굴에서 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큽니다.
눈부터 시작하는 이유는 눈이 그려지는 방식을 보면 이 캐릭터가 어떤 친구가 될지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다 비슷해 보여도 매번 다릅니다. "아, 이 캐릭터는 이런 성격이 되겠구나" 하는 감이 오기 시작하죠.
3. 캐릭터 개발 초기 단계부터 NFT 활용을 염두에 두시나요? NFT 작업을 할 때 특별히 고려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오픈씨(OpenSea)에서 'mono by zise'라는 시리즈를 발표했는데, 제가 진행한 프로젝트 중 가장 성공적인 프로젝트 중 하나였습니다. 50점을 제작한 이후로는 가급적 시리즈를 늘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NFT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컬렉터를 이해하는 마음가짐입니다. 예를 들어, 저는 컬렉터들이 '동양적인 것', '수집 가능한 시리즈', 그리고 약간의 '오타쿠적 기질'을 좋아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래서 'mono by zise' 시리즈를 기획하게 되었죠. 이 세 가지를 충족하는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4. 트위터에서 교복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관심사가 작품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제복과 유니폼이라는 개념 자체가 흥미로워서 사관학교에 지원하고 싶기도 했고, 대학에 가면 꼭 ROTC를 신청하려 했습니다. 아쉽게도 제가 간 학교에는 그 프로그램이 없었지만요.
그보다는 한국 교복의 변천사에 대해 올렸던 시리즈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외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저로 이어지는 시리즈인데, 제 실제 교복도 넣었습니다. 외할머니와 어머니는 형편이 어려워 교복을 입어보지 못하셨기 때문에, 앞의 두 작품은 당시 시대의 교복을 입혀드린 일종의 "만약에" 같은 작업이라 마음이 좀 아릿하기도 했습니다.
옷 자체도 좋아합니다. 시대별 의복의 진화 과정을 좋아하는데, 교복의 진화는 꽤 흥미롭습니다. 대부분 근대에 만들어져서 서구의 영향과 실제 군복의 특징이 많이 남아있으면서도, 동시에 각 나라의 특색이 반영되어 있다는 점이 재미있지 않나요?
5.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외주 작업도 하시나요? 하신다면 어떤 작업을 하시나요? 최근 프로젝트가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아쉽게도 대부분의 외주 작업은 비공개로 진행되어 보여드리기 어렵습니다. 현재 실험 중인 작업들이 있는데, 진전이 있으면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6. 2021년부터 NFT 작업을 해오셨는데, 그동안의 경험과 NFT 세상에 대한 관심에 대해 더 듣고 싶습니다. NFT 아트 시장의 변화를 어떻게 느끼셨나요?
한국에 NFT가 막 퍼지기 시작하던 2021년 4월쯤 시작했습니다. 당시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었는데, 문득 "죽기 전에 공무원 생활만 하다가 가면 후회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POD 시장, 스톡 사이트, 외주 등 제 그림으로 먹고살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내 그림을 팔아보는 건 어떨까?"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2021년 12월 이후로는 NFT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업계 내에서 개인적인 어려움도 있었고, 복학 후 과제가 많아 그림을 많이 그릴 수 없었기에 NFT 시장에 대해 많은 말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초기 NFT는 예술가 중심의 버전이었고 작가들이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이었다는 점입니다. 컬렉터들은 마치 예술가를 돕는 메디치 가문 같았죠. 하지만 끝으로 갈수록 게임의 양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투자 수단이 되면서 모두가 똑같은 PFP 프로젝트를 만들기 시작했으니까요.
7. 최근 오픈씨에 "pixel idol"이라는 PFP 프로젝트를 무료 민팅으로 공개하셨는데, 이 프로젝트의 컨셉과 목표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이 프로젝트는 이미 오픈씨에 공개되었습니다. 1,000개를 수작업으로 민팅했던 즐거운 기억이 있는데, 한국에서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처음 시도한 사람이라고 말씀해 주셨던 게 기억나네요. (프로젝트 링크: https://opensea.io/collection/pixelidol)
컨셉은 "당신만의 아이돌"입니다. 많은 요소가 무작위로 조합되기 때문에 똑같은 아이돌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특히 제가 만든 사이트에서는 파츠를 직접 선택할 수 있어 프로필을 정말 개성 있게 꾸밀 수 있습니다.
목표는 더 많은 소품과 의상을 추가하는 것입니다. 모든 분이 이 프로젝트를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트위터 등에 올리거나 오픈씨에서 직접 민팅해 보세요. 상업적 이용도 가능하지만, 제 닉네임만 잘 보이게 남겨주세요! 그 점만 유의해 주시면 됩니다. (설명 트윗: https://x.com/yoonzise/status/1775098481558098336)
8. NFT 아트 시장이 급변하는 가운데, 작가로서 어떤 방향을 보고 계신가요? 그리고 후배 작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이제 NFT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겠고, 제가 조언을 할 만큼 경력이 많은 것도 아니지만, 먼저 NFT를 경험한 사람으로서 몇 가지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내 편을 만드세요. 가능한 한 다양하고 많은 사람과 알고 지내고, 교류하고, 소통하세요. 자신에게 맞는 커뮤니티를 찾으세요. 제가 잘 못 했던 부분이라 강조하고 싶습니다.
2. 작가가 아닌 컬렉터의 입장에서 생각하세요. 왜 내 그림을 사지 않을까 고민할 때, "내 실력이 부족한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건 실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곳은 말 그대로 '시장'입니다.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성공하기 위해 어떻게 마케팅하는지 보고 배우세요. 따라 하지는 마세요. 특히 인기 없는 작가의 컨셉, 말투, 마케팅 용어를 따라 하려 하지 마세요. 성공 확률만 낮아질 뿐입니다. 차라리 이미 자리를 잡은 작가들을 롤모델로 삼는 것이 낫습니다.
3. 컬렉터와 소통하세요. 방법은 선택하기 나름입니다. 주변 작가들의 디스코드 등을 보며 배울 수 있습니다. 저는 디스코드 채널을 만들고 컬렉터 전용 역할을 부여했습니다. 민팅 일정을 공지하고, 컬렉터만 볼 수 있는 방에 작업 과정 영상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감사의 표시라고 생각하고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감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요.
작가의 작품을 처음 마주하면 캐릭터 특유의 눈에 시선이 머물고, 이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모티프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됩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거친 질감, 따뜻한 동화적 이미지, 그리고 애니메이션 작품에 대한 오마주를 담아내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2021년부터 시작된 NFT 시장의 굴곡 속에서도 2024년 현재까지 꾸준히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작가를 인터뷰할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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