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got.J
삶의 기억을 선으로 풀어내는 작가
1. 이연서 작가의 작품에서 주로 사용되는 재료는 무엇인가요?
제 작업은 한국 전통 회화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주로 한지와 먹을 사용합니다. 한지의 독특한 질감과 먹의 깊은 표현력은 제가 탐구하는 미학적 세계를 구현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이러한 재료들은 단순히 전통을 따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새로운 예술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기여합니다.
2. 작가의 작품에서 '선'은 어떤 의미를 갖나요?
선은 제 작업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요소입니다. 선은 인류가 세상을 시각적으로 기록하기 시작한 이래 예술에서 가장 원초적인 표현 방식 중 하나입니다. 선은 형태를 나타낼 수도 있고, 의미 없는 흔적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가장 본질적인 표현입니다.
한국 전통 회화에서 선은 단순한 형태 이상의 정신적 본질을 담고 있습니다. 저는 그림을 그릴 때 직관적으로 붓을 잡으며, 선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러한 선 드로잉은 단순한 형태를 넘어 저의 내면과 감정을 드러내며, 그 자체로 예술적 완결성을 이룹니다. 한국화에서 선은 단순한 시각적 언어의 역할을 넘어, 인간의 내면 세계와 자연의 본질을 탐구하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3. 작가의 창작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요?
제 창작 과정에서 자연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물, 바람, 햇빛과 같은 자연의 요소들은 각 재료의 고유한 특성을 강화하고 재료들 사이의 관계를 형성합니다. 한국화에서 모든 것은 자연의 개입과 함께 시작되고 끝납니다. 자연은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주며, 흔적을 남기지 않고 작품 속에 공존합니다. 이러한 틀 안에서 저는 예술적 영감을 얻고 작업을 완성합니다. 자연의 변화와 흐름은 제 창작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힘입니다.
4. 작가가 주로 사용하는 재료와 기법은 무엇인가요?
저는 주로 한지와 먹을 사용합니다. 수묵화 기법과 세밀한 필치를 사용하여 작품에 깊이와 디테일을 더합니다. 제가 사용하는 먹은 단순히 검은색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자연의 모든 색을 아우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색채의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먹의 다양한 농담과 자연스러운 톤을 통해 작품의 본질과 내면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한국 전통 회화의 요소를 현대적 맥락에서 재해석하여 깊은 미적 경험을 선사합니다.
5. 최근 개인전 'Access to Space'의 주제는 무엇이었나요?
부산시와 부산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열린 저의 최근 개인전 "Access to Space"는 선을 중심으로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의 내면 세계를 탐구하는 작품들을 선보였습니다. 여기서 선은 단순한 시각적 요소를 넘어 공간과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도구가 됩니다. 이 전시는 선들이 만나고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공간의 확장과 그 안에서 펼쳐지는 내면 세계를 묘사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두 달간의 전시 기간 동안 저는 이 주제에 대한 예술적 탐구와 실험을 선보였으며, 관람객들이 선을 통해 공간을 새로운 방식으로 인식하고 그 공간 안에서 자신만의 감정과 해석을 발견하기를 바랐습니다.
6. 작품 '천재설소 만복운흥(千災雪消 萬福雲興)'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요?
"천재설소 만복운흥"이라는 작품은 "천 가지 재앙이 눈 녹듯 사라지고, 만 가지 복이 구름처럼 일어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우리가 재난으로 느끼는 고난이 결국 사라지고, 더 큰 복이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삶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봄으로써 우리가 직면한 어려움은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고, 더 큰 행복과 기회가 나타날 것이라는 긍정적인 견해를 표현합니다. 작품 속 선과 형태의 흐름은 이러한 변화와 갱신의 과정을 시각적으로 나타내며, 선의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대비를 통해 극복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7. 'Asceticism #1, #2' 시리즈의 뒤엉킨 선 패턴은 무엇을 상징하나요?
"Asceticism #1, #2"의 뒤엉킨 선들은 삶의 복잡한 관계와 그 안에서의 개인의 여정을 상징합니다. 선을 하나하나 그려나가다 보면 멀리서는 비슷해 보일지 몰라도, 가까이서 보면 모든 선이 고유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각자의 삶이 독특하고 대체 불가능하다는 것과 같습니다.
이 선들은 서로 얽히고 연결되며, 때로는 끊어지고 풀리기도 하는데, 이는 세상의 모든 관계가 서로 다르면서도 연결되어 있다는 불교의 '불일불이(不一不異)' 개념을 반영합니다. "Asceticism #1"이 이러한 세상의 얽힘의 밀도 높은 복잡성을 포착했다면, "Asceticism #2"는 개인의 내면적 갈등과 감정에 집중합니다. 밧줄 뒤의 공간은 개인의 삶의 무게를 나타내며 부피감과 중력감을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표현을 통해 저는 단순한 선이라도 역동적이고 입체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고, 한지와 먹이라는 전통 재료로 풍부한 감정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8. 'Emptying #1-#3' 시리즈에서 가로선의 반복이 전달하는 시각적 효과와 의미는 무엇인가요?
"Emptying #1-#3"에서 가로선의 반복은 먹의 물질적 특성과 정신적 특성을 조화시키려는 시도입니다. 묘사적인 접근보다는 절제된 힘을 통해 구현된 먹의 미묘한 농담과 물리적 성질을 강조하며, 겸허하면서도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먹은 본질적으로 사물의 색을 흉내 내지 않고도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 근본적인 형태를 드러냅니다. 반복되는 가로선의 층층이 쌓인 효과는 시간과 공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나타내며, 무의식과 의식 사이의 균형을 탐구합니다. 이러한 가로선의 다층적 반복은 인위적인 것을 넘어 한국화의 깊이를 극대화하고, 평면 위에서도 무게감과 공간감을 느끼게 합니다. 이 작품들을 통해 저는 먹의 물질성에 집중하며, 관람객들이 먹 고유의 특성을 감상하는 동시에 구도의 깊이와 비움에서 오는 평온함과 고요함을 느끼기를 바랍니다.
9. 작품에서 '비움'과 '채움'의 대비는 어떻게 표현되나요?
제 작업에서 '비움'과 '채움'의 대비는 삶과 자연의 순환적 본질을 구현하며, 캔버스 안에서 두 요소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깨달음은 이 모든 것이 시간의 흐름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먹으로 선을 긋는 반복적인 행위는 무의식 속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며, 이 행위가 끝난 후 비물질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이 시간을 거쳐 지속적인 순환 속에서 재창조됩니다. 이는 물리적 영역과 정신적 영역 사이의 조화를 상징하며, 우연히 나타나는 흔적들은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한국화의 특징인 미니멀리즘 미학을 수용하여, 행위와 재료의 본질을 탐구하기 위해 모든 단계를 최소화합니다. 그 결과, 저는 '비움'을 새로운 형태의 '채움'으로 경험하며 한국 전통 예술의 역동적인 정신을 작품에 녹여냅니다. 이러한 대비는 단순한 시각적 표현을 넘어, 존재와 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10. 최근 NFT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ND와 라리블(Rarible)을 통해 출시된 최근 NFT 작품 "32 Life"는 제 삶의 한 해를 캡슐화한 시리즈의 연장선입니다. 이 작품은 "31 Life" 시리즈의 후속작으로, 그 당시의 감정과 경험을 시각적으로 표현하여 제 삶의 매해를 기록합니다. 이번에는 AI 기술을 접목하여 영상을 제작했으며, 한국 전통 먹을 사용하여 한 해 동안 겪은 모든 감정을 형상화했습니다.
"32 Life"는 제 삶의 흐름, 감정의 변화,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디지털 영역에서 관객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 작품을 통해 저는 삶의 일상적이고 내면적인 순간들이 시간과 함께 어떻게 진화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진화가 어떻게 새로운 형태의 예술적 표현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탐구합니다. 또한, 이 작품은 전통과 현대,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보여주며, 한국화의 깊은 감성과 현대 기술의 가능성이 결합된 새로운 종류의 예술적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 작품이 관람객들에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예술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재해석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한국 전통 예술을 실천하는 작가들이 대상을 어떻게 준비하고 대하는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입니다.
먹과 한지를 준비하는 과정은 캔버스보다 더 많은 주의를 필요로 합니다.
그녀가 하나씩 그어 내려간 선들이 연결점을 만들어 입체적인 대상을 창조하는 과정은, 관람객에게 다가갈 때 시간의 축을 더합니다.
뒤엉킨 선들은 우리 사회와 같아서, 때로는 같은 선이고 때로는 다른 선이지만, 결국 시간이라는 선 아래에서 우리는 하나의 장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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